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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_금융_경제

은행들의 은행, 중앙은행

by 꿈의 날개 2025. 1. 21.

지금까지 많은 게시글에서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중앙은행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중앙은행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은행들의 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는 은행이 바로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이후에 소개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금융기관입니다. 행정부와 독립되어 통화량 조절에 관한 결정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화량 조절은 한국은행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통화량은 시중에 도는 돈의 총량을 뜻합니다. 돈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돈의 양이 적어지면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됩니다.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은 경제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에서 적정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합니다.

 

 

 

[중앙은행의 역할 1: 통화량 조절 by 지급준비율 조절, 기준 금리 조절]

만약에 돈이 더 필요하다면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은 은행들에 대출해주는 돈에 대한 이자율을 통해 은행들의 통화량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지급준비금을 갖고도 통화량 조절이 가능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 방법

a. 지급준비율 조절: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들은 대출에 쓸 돈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대출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에서는 법정지급준비율로 7%를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금 100조 원이 있다면 7조 원 이상은 항상 한국은행에 예치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면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을 채우기 위해 예금을 늘리고 대출을 줄여 시중의 통화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b. 기준 금리 조절: 기준 금리는 중앙은행이 은행들에 빌려주는 단기자금의 이자율을 뜻합니다. 만약 이 이자율을 낮춘다면 은행은 더 싸게 대출용 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리는 격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은행들은 더 싼 대출 금리로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통화량(돈의 양)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통화량 조절은 왜 필요할까요?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후 극심한 경제 혼란을 겪었던 당시 독일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가난한 독일 정부가 써야 할 돈을 그냥 찍어서 풀다 보니 돈의 가치가 엄청나게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연 1,000%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겪게 된 것입니다.
통화량 조절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매우 중요시해야 하는 책무입니다. 이런 통화량 조절에 실패해서 물가가 이리저리 널뛴다면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의 경제가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도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 실패에서 상당 부분 기인합니다. 1920년대 독일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혼란을 잡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히틀러라는 희대의 살인광이 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중앙은행 역할 2: 경기 침체의 방어막, 경제 안정]

통화량 조절과 물가 안정이 전통적인 역할이었다면 2008년 중앙은행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런 역할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경제안정'이라는 책무 하나가 더 붙은 것입니다.

 

미국에서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가 이를 구체화시켰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바로 기준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을 펼쳤던 것입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연준의 기준금리를 0.25% 이하로 낮춥니다.
그래도 큰 효용이 없자 파격적인 자산매입 정책을 펼칩니다. 연준이 직접 미국 정부의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장에 돈을 뿌린 것이죠. 채권을 실제 현금으로 바꿔주는 아이디어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달러 통화량은 늘어나게 됩니다. 시중의 돈의 양을 늘려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했고, 이로 인해 돈의 양이 더욱 늘게 됩니다.

 

연준에 이어 일본의 일본은행(BOJ)과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받게 됩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채권을 중앙은행이 직접 사들여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을 늘린 것입니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통화량을 일부러 늘리는 극약처방'을 한 것입니다.

다만 이들 나라는 물가 상승률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물가가 안정되어 있고, 이들의 통화도 국제적으로 결제 화폐로 쓰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들 통화를 사서 보유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경기 침체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만약 신흥국이 돈을 찍어내 시장에 푸는 방식을 쓴다면 당장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됩니다.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남미 국가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연방준비제도
Federal Reserve System 1대로 직역해 옮겨 '연방준비제도'라고 합니다. 연준이라고 하고 영어로 'fed(페드)'라고 읽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주로 연준 혹은 '페드'라고 말합니다. 연준은 미 연방정부와는 별개의 기관으로 1913년 미국 연방의 각 은행이 모여서 설립했습니다. 달러를 발행하는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어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자산매입 정책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정책은 2000년대 일본은행이 먼저 했던 정책입니다. 통화량을 늘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고자 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연준이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앙은행 역할인 통화량 조절경기침체 방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은행들의 은행인 중앙은행, 우리가 이용하는 은행이 중심인 만큼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숙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